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는 충남 내륙의 조용한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힐링 여행 루트다. 백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품은 수덕사는 한국 사찰 건축의 미를 잘 보여 주는 대웅전과 소나무 숲,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고즈넉한 돌계단이 어우러져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좋은 공간이다. 절집 곳곳에 놓인 작은 석등과 범종각, 산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호흡이 느려지고 생각의 결이 부드러워진다. 차로 10분 남짓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덕산온천은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과 여행객의 휴식처로 사랑받아 온 온천 마을로, 숙소와 온천탕, 카페와 식당이 모여 있어 산사 탐방 후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나면, 하루 동안 쌓인 피곤함이 눈에 띄게 풀리고,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온천 특유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자연, 온천이 어우러진 이 조합 덕분에 예산 수덕사·덕산온천 여행은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머무르며 자신을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잔잔한 치유 여행으로 기억된다.
내려놓고 걷고, 잠시 멈춰 앉는 시간, 수덕사로 떠나는 마음 정리 여행
예산 시내를 벗어나 수덕사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로 양옆의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주택과 상가가 드문드문 섞여 있던 화면은 점점 낮은 논과 밭, 그리고 완만하게 이어진 산자락으로 대체된다. 이따금 창문 밖으로 옅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아, 산사에 가까워지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수덕사 입구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내려 주변을 둘러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정하게 정리된 소나무와 산길, 그리고 멀리 위쪽으로 살짝 보이는 기와지붕의 윤곽이다. 아직 본격적인 사찰 구역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공기만으로도 도시와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산사 여행의 시작은 주차장에서 경내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그 짧은 구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덕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면 교과서나 사진에서 보던 이미지보다 훨씬 깊고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백제 시대에 처음 터가 잡혔다고 전해지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여러 차례 중창과 보수를 거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유명한 건물은 단연 대웅전이다. 목조건축의 정수를 보여 준다고 평가받는 수덕사 대웅전은 화려하게 치장된 장식이나 색채 대신, 간결한 비례와 균형으로 승부하는 건물이다. 가까이 다가가 기둥과 공포, 지붕선이 어우러진 구조를 바라보고 있으면, 오래된 건물이 주는 묵직한 안정감과 함께, “왜 이곳이 국보로 지정되었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선과 면, 나뭇결이 자연스레 감탄을 이끌어 낸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발 밑으로는 단단한 돌바닥과 자갈, 눈앞으로는 기와지붕과 산 능선, 위로는 넓게 열린 하늘이 층을 이루며 펼쳐진다. 이 자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 그동안 무심코 흘려보냈던 소리들이 귀에 들어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마찰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와 아이 발걸음 소리가 겹쳐져 하나의 배경음처럼 감돌기 시작한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은 화려한 감동이라기보다는, 묵직한 안도감에 가깝다. “아, 조금 늦게 와도 괜찮았겠구나. 이곳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곳이구나.” 수덕사 경내에는 그런 종류의 시간 감각이 흐르고 있다. 대웅전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는, 사찰 안쪽과 위쪽으로 이어지는 여러 길 중 하나를 골라 천천히 올라가 보게 된다. 범종각과 작은 전각, 산신각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짧지만 오르막이 있어 숨이 살짝 차오른다. 그 길의 양옆에는 오래된 소나무와 전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나무 사이로는 빛이 조각조각 스며든다. 돌계단 위를 한 계단씩 밟고 오르다 보면, 마음속에 뒤엉켜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도심에서는 잠시도 비어 있지 않던 머릿속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굳이 지금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천천히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사찰이 가진 고유의 수행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방문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잠시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선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덕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여백’이 주는 힘을 발견하게 된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 마당과 나무, 돌계단과 흙길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이 오히려 전체 풍경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화려한 조각과 색으로 꽉 채워진 장소가 아니라, 비워진 자리가 많은 장소에서 사람들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불러온다. 이 점에서 수덕사는 “무엇인가를 잔뜩 보여 주는 사찰”이라기보다, “각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 내어 주는 사찰”에 가깝다.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내려오기보다는, 한 번쯤 아무도 없는 구석의 벤치나 계단에 잠시 앉아, 그냥 눈앞에 있는 나무와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관광이 아니라, 정말로 ‘머무르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수덕사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그동안 무엇을 붙잡고 살아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직 풀리지 않은 걱정, 미뤄 두고 있는 일, 해결되지 않은 관계에 대한 생각들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발걸음 사이로 떠올랐다가, 다시 숲과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마음속을 오가는 생각을 모두 다 정리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 내려와도 된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수덕사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은 어쩌면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그저 이 정도의 여유인지도 모른다. 이제 산사에서 마음을 조금 가볍게 정리했다면, 남은 시간 동안은 몸을 편안하게 풀어 줄 차례다. 차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덕산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산사의 고요함과 온천의 따뜻함을 한 번에 경험하는 이 조합이 바로, 예산 수덕사·덕산온천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수덕사에서 덕산온천까지, 고즈넉한 산사와 따뜻한 온천을 잇는 하루 코스
수덕사 탐방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오르면, 이제 본격적으로 덕산온천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내비게이션을 찍어 보면, 이동 시간은 길지 않다. 산자락을 따라 살짝 굽이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양옆으로 온천 마을 특유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숙박 시설과 온천탕, 식당과 카페, 편의점과 기념품 가게가 모여 있는 덕산온천 일대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휴양지이자, 외지 여행자들에게는 “온천이 있는 작은 동네”로 알려져 왔다. 수덕사에서 경험한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소박한 온천 마을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덕산온천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늘 몸을 맡길 온천탕이나 숙소를 정하는 것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외부 손님에게 온천 입욕을 허용하는 호텔이나 대중탕을 선택하면 되고, 1박을 계획했다면 온천수를 사용하는 숙소를 잡아 천천히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프런트에서 수건과 옷을 챙기고 욕장으로 향하는 길, 복도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온천수 특유의 향과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이때 느껴지는 작은 설렘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비슷하다. “이제 진짜 쉬는 시간이구나” 하는 안도감과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온천탕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하루 동안 수덕사 경내를 오르내리며 쌓였던 피로가 빠르게 풀려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수덕사 돌계단을 오르며 약간 무거워졌던 다리와 어깨, 허리 근육이 온천수의 부력과 온기에 의해 서서히 이완된다. 처음에는 물 온도가 조금 뜨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숨을 고르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몸이 적응하면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는 느낌이 든다. 온천수와 타일, 증기가 만들어 내는 욕장의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매번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위안을 준다. 말없이 물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인데도, 머릿속에는 “그래, 이렇게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덕산온천의 장점은, 지나치게 화려한 스파 시설이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휴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노천탕이 마련된 곳이라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바깥공기와 하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겨울철, 찬 공기를 마시며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피부 표면에 닿는 온도 차이가 오히려 쾌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봄과 가을에는 선선한 공기 덕분에 오래도록 물에 몸을 맡기기 좋고, 여름에도 물 온도를 조금 낮추어 운영하는 곳에서는 땀을 빼며 피로를 풀기에 무리가 없다. 탕 안에서 물결 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가 배경처럼 흐를 때, 온천욕은 단순한 목욕을 넘어 하나의 느긋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온천욕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숙소 휴게실이나 로비, 근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여행의 중요한 일부다. 수덕사에서 찍어 온 사진을 함께 보며 “아까 그 소나무 숲 참 좋았지?”라거나, “대웅전 앞마당이 생각보다 더 넓더라”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덕산온천 주변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점과 한식당도 많아, 온천욕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도 좋다. 두툼한 제육볶음이나 따끈한 찌개, 수육과 국수 같은 메뉴는 산사·온천 여행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몸이 노곤해진 상태에서 먹는 따뜻한 밥 한 끼는, 평소 같은 메뉴라도 훨씬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을 잇는 이 하루 코스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장소를 “몇 곳이나 더 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천천히 머물렀는가”에 있다. 수덕사에서는 대웅전과 경내를 정신없이 둘러보고 사진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그냥 서서 나무와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 덕산온천에서는 여러 온천탕을 바쁘게 옮겨 다니기보다 한 곳에 조금 더 오래 앉아 몸이 충분히 풀리는 과정을 느껴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이렇게 속도를 낮춘 여행은, 끝났을 때 남는 피로감이 적고, 대신 오래오래 꺼내 볼 수 있는 잔상이 남는다. 또 한 가지, 이 코스가 가진 장점은 계절에 상관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봄이면 수덕사 주변 산자락에 연둣빛 새잎이 돋고, 길가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피어나 산사 풍경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여름에는 짙은 초록의 숲이 경내를 감싸, 그늘 아래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고, 온천에서는 땀을 충분히 빼며 피로를 풀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이 대웅전과 산길을 물들이며, 수덕사의 목조건물과 어우러져 전형적인 가을 산사 풍경을 만들어낸다. 온천 마을로 내려와서는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고요한 경내가 오히려 사찰 특유의 정적을 강조하고, 덕산온천의 뜨거운 물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여 준다. 계절마다 풍경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 다녀온 뒤에도 다른 계절에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을 여행할 때 꼭꼭 챙겨야 할 것은 화려한 준비물이 아니라, “오늘만큼은 조금 천천히 살아 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일정표를 빽빽하게 채우기보다는, 여유 있는 시간 배분을 통해 어느 공간이든 넉넉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해 보자.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 여행은 참 부드러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이 바로, 수덕사와 덕산온천이 함께 만들어 준 하루의 진짜 가치다.
산사의 고요와 온천의 온기, 예산에서 배운 ‘쉬어가는 법’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은 여느 시골 도로와 다르지 않다. 논과 밭, 낮은 지붕과 가로등, 멀리 이어진 산 능선이 반복될 뿐이다. 그런데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감정은 조금 특별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오늘 하루는 잘 쉴 수 있을까, 괜히 시간만 보내고 오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이 스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수덕사 돌계단 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올려다보던 하늘, 대웅전 마당을 스치던 바람, 온천욕 후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던 순간들이 하나의 긴 장면처럼 이어져 있다. 이 장면 속에서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움직이고, 조금 느슨하게 생각하는 법을 잠시나마 체험했다. 그것이 바로 이 여행이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수덕사에서의 시간은 우리에게 ‘고요’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시켜 준다. 도시에서는 늘 소리와 정보, 알림과 화면이 틈새 없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아 간다. 잠깐 조용해지는 것조차 어색해서, 무의식적으로 라디오나 영상을 켜 두곤 한다. 그러나 산사에 서 있으면, 소리가 줄어든 상태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바람 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만으로도 공간이 충분히 채워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아, 굳이 계속 무언가를 듣지 않아도 괜찮구나”라는 감각을 얻는다. 이 감각은 일상으로 돌아온 뒤, 잠시 휴대폰을 끄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용기로 이어진다. 수덕사의 고요는 그렇게, 여행 이후의 삶에도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덕산온천에서의 시간은 ‘몸을 쉬게 하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준다. 우리는 머리는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몸은 제대로 쉬게 해 주지 못할 때가 많다. 집에서도 늘어지듯 누워 휴대폰을 붙잡고 있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 또 다른 자극을 찾곤 한다. 온천탕에서는 이런 방식의 휴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저 물에 몸을 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야 한다. 처음에는 몇 분이 영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더 깊은 휴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뜨거운 물에 몸을 데우고, 샤워를 마친 뒤 깨끗한 옷을 입고 나올 때 느끼는 그 개운함은, 집에서 잠시 눈 붙이는 것으로는 얻기 어려운 종류의 회복이다. 온천욕이 끝난 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잠시라도 ‘해야 할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을 잇는 이번 여행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쉬어갈 시간을 얼마나 자주 허락하고 있는가?” 바쁜 일과와 가사, 학업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우리는 자주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선택을 해 보면, 완전히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며칠씩 비우지 않아도,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산이라는 도시는 수도권에서도, 충청권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그 가까운 곳에, 마음을 가볍게 하는 산사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천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지치면 언제든 한 번쯤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확신은, 당장 내일의 피로를 줄여 주지는 못하더라도,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꼭 많은 것을 보고 화려한 곳에 가야만 좋은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덕사와 덕산온천에서 우리가 한 일은, 크게 보면 그다지 많지 않다. 천천히 걸었고, 잠시 앉아 있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을 뿐이다. 그 사이에 특별한 액티비티나 관광 프로그램이 끼어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하루는 분명히 “길게 기억될 하루”의 범주에 속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시간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속도를 원래보다 조금 느리게 맞추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속도가 유지된다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덜 조급해지고, 스스로를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보게 된다. 언젠가 다시 예산을 찾게 된다면, 아마도 이번과 비슷한 코스를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덕사 산길을 한 번 더 오르며 지난번과는 다른 계절의 색을 느껴 볼 수도 있고, 덕산온천의 다른 숙소나 온천탕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함께 가는 사람에 따라, 그때그때 여행의 표정은 달라질 것이다. 혼자 떠난다면 사색이 더 깊어질 것이고, 가족과 함께라면 웃음과 대화가 더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곳이 한 번 다녀오고 잊히는 여행지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의 쉼터’처럼 남는다는 점이다. 예산 수덕사와 덕산온천 여행은 그 의미에서, 거창한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목적지가 아니다. 오히려 반복해서 찾아와도 질리지 않는, 일상의 한가운데에 놓인 작은 숨구멍에 가깝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언젠가 실제로 그 길을 걸어 보게 된다면, 돌계단과 기와지붕, 온천탕의 따뜻한 물이 당신에게도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허락을 조용히 건네줄 것이다. 그 허락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예산으로 떠났던 오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 더 단단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작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