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된 양곡 창고와 철도 주변 폐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 공간으로, 낡은 벽돌 창고와 현대적인 전시·체험시설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여행지다. 삼례역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책공방·전시관·공예숍·카페·야외 설치미술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예술과 이야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좋고, 혼자 찾아가 오래된 창고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에도 손색이 없다. 특히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노을빛이 스며드는 저녁 무렵의 풍경은, 산업의 흔적과 예술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을 선사해 많은 여행자들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완주 대표 문화예술 여행지로 손꼽힌다.
낡은 양곡 창고에서 예술 마을로, 삼례가 다시 숨 쉬기 시작한 이야기
전북 완주의 작은 읍내였던 삼례는 한때 호남선 철도가 지나며 쌀과 곡물이 모이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역 근처에는 전국 각지에서 실어온 양곡을 보관하던 커다란 창고와 곡물 취급소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주변에는 상점과 여관, 식당이 모여 작은 상권을 이루었다. 그러나 물류 시스템이 바뀌고 대형 항만과 곡창지대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삼례의 양곡 창고들은 점점 제 역할을 잃어갔다. 한때 분주한 기척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오래된 벽돌 건물은 잡초와 먼지에 뒤덮인 채 세월 속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버려진 옛 양곡 창고들을 그대로 허물지 않고, 최소한의 구조 보강과 실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되살려냈다. 외관은 옛 붉은 벽돌과 목재 창틀, 낮은 지붕선을 최대한 유지해 과거의 흔적을 살려두었고, 내부에는 화이트 큐브형 전시장과 공연 공간, 책공방과 체험실을 마련해 현재의 콘텐츠를 담아냈다. 덕분에 방문객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두 개의 시간이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닥과 기둥에는 여전히 공장과 창고의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벽면에는 현대 작가의 작품과 어린이 그림, 사진이 걸려 있고, 한쪽에서는 소규모 공연이나 강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곳의 첫인상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따뜻하다. 높은 천장과 거칠게 노출된 벽돌, 곳곳에 남아 있는 철제 구조물은 산업 공간 특유의 차가운 인상을 줄 법도 하지만, 삼례문화예술촌은 이를 부드럽게 감싸는 조명과 나무 데크, 색감이 은은한 간판들로 채워 넣었다. 덕분에 오래된 창고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입구 근처에서 삼례문화예술촌 안내지도를 받아 들고 한 바퀴 동선을 눈으로 따라가 보면, 작은 마을 하나가 통째로 예술촌으로 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주제로 한 공간, 전통 공예를 체험하는 공간, 현대미술 전시관, 레지던시 작가 작업실, 카페와 플리마켓 광장까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건물들이 마당과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건물 앞에는 조형물이나 벤치, 화분들이 놓여 있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머무는 포인트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관람객이 단순히 ‘구경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공간 안으로 들어와 ‘머무는 손님’이 되기를 권하는 곳이다. 잠깐 들렀다 떠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반나절 이상 머물며 골목 곳곳의 이야기와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방식의 여행이 잘 어울린다. 오래된 벽돌 담을 따라 걸으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전시와 작업을 엿보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삼례문화예술촌은 완주의 한 구석에 숨겨져 있던 산업 유산을 되살려, 사람과 예술, 일상이 섞이는 새로운 마을로 재창조한 사례이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여행자는 “이 오래된 건물들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를 동시에 떠올리게 된다. 그 질문이 바로 삼례문화예술촌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책공방에서 전시관, 카페 골목까지 삼례문화예술촌을 천천히 누비다
삼례문화예술촌을 제대로 즐기려면, 지도를 손에 쥐고도 일부러 계획을 느슨하게 세우는 편이 좋다. 어느 건물부터 들를지 꼼꼼히 정하기보다는, 발길이 이끄는 대로 골목을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공간을 하나씩 발견하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 벽돌 담장을 타고 흐르는 빛,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조명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 중 하나는 책 테마 공간과 독립서점, 북카페다. 옛 양곡 창고 내부를 리모델링한 책공방에는 헌책과 신간, 예술 서적과 소규모 출판물들이 뒤섞여 있어, 서가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다른 도시의 작은 서점 골목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한쪽에서는 제본과 활자 인쇄, 손글씨 노트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해, 책이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아늑한 조명이 비치는 북카페에서는 지역 작가와의 북토크나 작은 낭독회가 열리는 날도 많아, 여행 시간과 잘 맞는다면 예상치 못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전시관과 레지던시 작가 작업실이다. 삼례문화예술촌 곳곳에는 중·소규모 갤러리가 분산되어 있어, 미술·사진·설치미술·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전시장은 기획전 위주로 운영되어 주제성이 뚜렷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다른 공간에서는 입주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과 과정이 공개되기도 한다. 완전히 마감된 작품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설치물이나 드로잉, 메모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예술이 완성품이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껴 볼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야외 공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창고 사이 작은 공터와 마당, 벤치 주변에는 다양한 옥외 설치 작품과 조각이 놓여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다. 계절에 따라 플리마켓이나 소규모 야외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지역 공예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가죽제품·목공예품·일러스트 엽서 등을 판매하는 부스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손에는 작은 기념품이 하나쯤 쥐어져 있게 된다.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버스킹과 밴드 공연, 퍼포먼스가 뒤섞이며, 벽돌 창고 골목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잠시 쉬고 싶을 때는 카페와 베이커리,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오래된 창고 구조를 살린 카페는 높은 천장과 큰 창이 만드는 개방감 덕분에, 음료 한 잔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로스터리가 함께 운영되는 카페에서는 직접 볶은 커피 향이 골목까지 퍼지고, 디저트와 빵을 파는 가게에서는 체리·고구마·쑥 등 지역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 테라스나 창가 좌석에 앉아, 사람들의 움직임과 창고 풍경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것도 삼례문화예술촌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아이와 함께 찾았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목공예·도자기·수공예·판화·실크스크린 같은 공예 체험은 물론, 어린이 미술 수업이나 가족 참여형 워크숍이 열리는 날도 있어, 여행이 단순한 구경에서 ‘함께 만드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완성된 작은 소품이나 그림을 손에 들고 나오는 아이의 표정은, 삼례문화예술촌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 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삼례문화예술촌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진다. 붉은 벽돌 건물에 노을빛이 스며들고, 골목마다 하나둘 조명이 켜지면서, 낮 동안 밝고 경쾌하던 마을은 보다 깊고 따뜻한 색조로 변신한다.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과, 마당에서 이어지는 잔잔한 음악 소리, 천천히 문을 닫는 가게들의 풍경이 겹쳐지며, 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이때 골목 끝에서 뒤돌아보면, “여기가 원래는 곡물 창고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이렇듯 삼례문화예술촌의 본질은, 공간의 변화를 통해 지역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여행자는 그 과정의 한 장면을 함께 거닐며, 자신이 서 있는 이 자리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버려진 공간에서 시작된 두 번째 삶, 삼례문화예술촌이 남기는 여운
삼례문화예술촌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삼례역 쪽으로 걸어 나오는 길에,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낮에는 분주하게 사람들로 채워져 있던 창고 골목도, 저녁이 가까워지면 한층 조용해진다. 간판 불이 하나둘 꺼지고, 카페와 공방의 문이 닫히면서, 벽돌 건물들은 다시 묵묵한 실루엣만 남긴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이 공간은 더 이상 버려진 공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낮 동안의 웃음과 발자국, 음악과 대화가 건물과 마당, 골목 곳곳에 층층이 쌓여,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도를 남기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공간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때는 곡물의 흐름을 책임지던 산업 시설이었고, 한동안은 방치된 폐창고였던 이곳이, 지금은 예술과 지역 주민,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 마을이 되었다. 건물의 외벽과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공간의 정체성도 새롭게 정의된 셈이다. 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걷다 보면, 우리가 사는 동네나 도시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들이 많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삼례문화예술촌은 관광지이면서도 동시에 일상에 가까운 장소다. 일부러 멀리 떠나지 않아도, 기차 한 번 혹은 자동차 한 번으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우리는 이처럼 다층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를 보고, 카페에서 쉬고, 공예품을 만져보고, 골목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일들은 특별해 보이면서도 어느새 편안한 일상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다시 와서 저 가게에도 들어가 봐야지”, “오늘은 시간이 모자라서 못 들른 전시가 아쉽다”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 삼례문화예술촌은 이미 한 번뿐인 관광지가 아니라, 언젠가 또 찾아올 수 있는 생활권의 문화공간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이곳에서 경험한 가장 소중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예술 작품이나 화려한 공연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래된 창틀 너머로 흘러나오던 음악, 전시관 한쪽 벤치에서 잠시 앉아 읽던 짧은 문장, 공방 선생님이 건네준 한 마디의 격려, 따뜻한 커피와 갓 구운 빵의 냄새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모여 삼례문화예술촌의 기억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더 또렷하게 떠오르곤 한다. 버려진 공간이 이렇게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사례는, 우리 삶에도 은근한 메시지를 던진다. 잠시 멈춰져 있거나, 쓸모없다고 여겼던 시간과 경험도 다른 시선에서 본다면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한때는 실패처럼 느껴졌던 순간도, 언젠가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벽돌과 기둥이 그랬듯이, 이미 지나간 시간과 상처도 다시 빛을 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내가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 중에도, 이렇게 다시 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나 스스로도 다시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는 동안, 오늘 하루의 여행은 단순히 사진 몇 장과 티켓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늘도 붉은 벽돌 벽 사이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또 배웅한다. 계절이 바뀌고 전시가 바뀌어도, 이곳이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라져 가던 공간도 다시 숨을 쉴 수 있고, 멈춰 있던 시간도 다른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마음 한편에 담아 돌아간다면,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여행은 충분히 값진 문화예술 산책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